* 따지고 보면,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리는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實體)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 법정 <무소유> '本來無一物' 중에서
*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 한낮의 기온에는 아랑곳없이 초가을의 입김이 서서히 번지고 있는 근일(近日). 이른 아침 우물가에 가면 성급한 낙엽들이 흥건히 누워 있다. 가지 끝에 서성거린 안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져버린 것인가. 밤 숲을 스쳐가는 소나기 소리를 잠결에서 자주 듣는다. 여름날에 못다 한 열정을 쏟는 모양이다. 비에 씻긴 하늘이 저렇듯 높아버렸다. 이제는 두껍고 칙칙하기만 하던 여름철 구름이 아니다. - 법정 <무소유> '復元 佛國寺' 中
* 죽음은 인간이 생을 누렸기 때문에 생기는 의무, 그 인간 개인에 대한 의무, 同世代人 특히 보다 젊은 同世代人에 대한 의무에 시간적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 토인비
*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매 바람이 지나가던 대가 소리를 지니지 않고 기러기가 차운 못을 지나매 기러기 가고난 다음에 못이 그림자를 머물게 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君子는 일이 지나고나면 마음도 따라서 비나니라. - <채근담> 自然篇
* 山林에 숨어 삶을 즐겁다 하지 말라. 그 말이 아직도 山林의 참 맛을 못 깨달은 표적이라. 名利의 이야기를 듣기 싫다 하지 말라. 그 마음이 아직도 名利의 미련을 못 다 잊은 까닭이라. - <채근담> 自然篇
* 꾀꼬리 울고 꽃이 우거져 山과 골이 아름다워도 이 모두다 乾坤 한 때의 幻境! 물 마르고 나무잎 떨어져 바위 돌 벼랑이 앙상하게 드러남이여 이 곧 天地의 참 모습이로다.
- <채근담> 自然篇
* 세월은 본디 길고 오래건만 마음 바쁜 이가 스스로 짧다 하느니. 天地는 본디 넓고 넓건만 마음 속된 이가 스스로 좁다 하느니. 아, 風花 雪月은 본디 한가롭건만 악착한 사람이 스스로 번거롭다 하느니. - <채근담> 自然篇
* 風情을 얻는 것은 많음에 있지 않다. 좁은 못, 작은 돌 하나에도 煙霞(연하-안개와 노을)가 깃든다. 훌륭한 경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막살이 초가에도 시원한 바람, 밝은 달이 있다. - <채근담> 自然篇
* 고요한 밤 종소리를 듣고 꿈 속의 꿈을 불러 깨우며 맑은 못의 달 그림자를 보고 몸 밖의 몸을 엿보는도다. (解義:인생이 꿈 같은데 꿈 속에도 꿈이 있다. 깊은 밤 종소리를 듣거든 그 꿈을 깨워 마음의 창을 열라. 덧없는 이 몸 안에 우주의 본체가 있다. 맑은 못에 잠긴 달빛을 보거든 그 우주의 모습을 엿보라. 깨달아야 꿈인 줄 알 것이요 보아야 참인 줄 알 것이다.)- <채근담> 自然篇
* 나에게 한권의 經이 있나니 종이와 먹으로 이룬 것이 아니로다. 활짝 펴 놓아도 글자 한자 없건마는 항상 큰 광명이 예서 퍼져 나가노라. - <禪家>
* 사람들은 모두다 글자 있는 책만 읽고 글자 없는 책은 읽지 못하며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형체있는 것만 쓸 줄 알고 그 정신을 쓸 줄 모르나니 무엇으로 琴書의 참맛을 얻으랴. - <채근담> 自然篇
* 마음에 物欲이 없으면 이 곧 가을 하늘 잔잔한 바다! 옆에 琴書 있으면 이 곧 神仙의 집! - <채근담> 自然篇
* 손과 벗들이 구름 같이 몰려와 기껏 마시고 질탕히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이로되 얼마 안되어 時間이 다하고 촛불이 가물거리며 香爐(향로)의 연기는 사라지고 차(茶)도 식고 나면 즐거움이 도리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을 적막하게 한다. 아! 천하의 일이 모두 이 같을진저! 어찌 빨리 머리를 돌리지 않느뇨. - <채근담> 自然篇
* 참다운 黃金時代는 그 黃金時代가 오기 직전에 있다.
* 事物 속에 깃들어 있는 참 취미를 깨달으면 五湖의 풍경도 마음 속에 들어오고, 눈 앞에 있는 하늘 기틀을 잡으면 千古의 영웅도 손아귀에 들어온다. (解義:事物 속에 깃들어 있는 정취를 체득하면 五湖의 풍경도 마음 속에 들어올 것이니 구태여 가서 봐야할 까닭이 없다.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흥망성쇠와 離合消長(이합소장)이 있나니 그 機微(기미)를 간파하면 千古의 영웅도 손아귀에 넣어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다. 앉아서 만리를 보고 누워서 천고를 헤아리는 마음이 바로 이것이다.) - <채근담> 自然篇
* 山河의 큰 덩어리도 이미 微塵에 속하거늘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이랴. 血肉의 몸뚱아리도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거늘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랴. 아주 밝은 지혜 아니면 다 벗어 던지는 마음 없도다. (解義:廣大無邊(광대무변)한 우주로 보면 지구도 한 티끌이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이야 티끌 속의 티끌이 아니랴. 피가 통하고 살이 붙은 이 몸뚱아리도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간다. 하물며 명예나 財利(재리)같은 것이야 그림자 밖의 그림자가 아니랴. 이와같은 도리를 뚫어보는 지혜 아니면 모든 것을 了脫하지 못하리라.) - <채근담> 自然篇
* 石火같이 빠른 빛 속에 길고 짧음을 다툼이여, 이긴들 얼마나 되는 光陰이뇨.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룸이여, 이겨 본들 얼마나 되는 世界뇨. - <채근담> 自然篇
* 부귀(富貴)를 뜬 구름인양 하는 기풍(氣風) 있어도 반드시 깊은 산골에 살지 않노니. 山水 좋아하는 버릇이 고질(痼疾)됨은 없어도 항상 스스로 술에 취하고 시를 탐하느니.
- <채근담> 自然篇
* 명리(名利)의 다툼일랑 남들에게 다 맡겨라. 뭇 사람이 다 취해도 미워하지 않으리라. 고요하고 담박(淡泊)함을 내가 즐기나니 세상이 다 취한데 나홀로 깨 있음을 자랑도 않으리라. 이는 부처가 이르는 바 "法에도 안 매이고 空에도 안 매임"이니 몸과 마음이 둘다 自在함이라. - <채근담> 自然篇
* 길고 짧은 것은 일념(一念)에 말미암고 넓고 좁은 것은 촌심(寸心)에 매였도다. 마음이 한가로운 이는 하루가 千古보다 아득하고 뜻이 넓은 이는 좁은 방도 天地같이 너그러우리라.
- <채근담> 自然篇
* 물욕(物欲)을 덜고 덜어 꽃 가꾸고 대(竹)를 심어 이 몸 이대로가 무위(無爲)로 돌아간다. 시비(是非)를 잊고 잊어 향 사르고 차를 끓여 모두다 내 몰라라. 무아(無我)의 경(境) 예로구나. - <채근담> 自然篇
* 인생은 영원한 전장이다. 거기에서는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가 싸우고 있다. 이 전장에서는 늘 새로운 법칙이 낡은 법칙을 대신한다. - 로맹 롤랑(프랑스 소설가:1866~1944)
* 내세를 소홀히 여기는 자는 현세에 죄를 짓는다. - 에드워드 영(영국 시인:1683~1765)
* 움직임을 좋아하는 이는 구름 속 번개 같고 바람 앞에 등불 같다. 고요함을 즐기는 이는 차가운 재 같고 마른 나무 같다. 모름지기 멈춘 구름 속에 소리개 날고 잔잔한 물 위에 고기 뛰는 기상이 있어야 바야흐로 悟道의 마음을 지니리라. - <채근담> 自然篇
* 소나무 우거진 시냇가에 지팡이 짚고 홀로 간다. 서는 곳마다 구름은 찢어진 누비옷에 일어나느니. 대숲 우거진 창가에 책을 베개삼아 편히 눕는다. 깨고 보니 달빛이 낡은 담요를 비추누나. - <채근담> 自然篇
* 외로운 구름이 산골에서 피어남이여. 가고 머무는 것이 하나도 거리낌이 없구나. 밝은 달이 하늘에 걸림이여. 고요하고 시끄러움을 둘다 상관치 않누나. - <채근담> 自然篇
* 물은 흘러도 소리가 없나니 시끄러운 곳에서 정적(靜寂)을 보는 취미를 얻을 것이요, 산은 높건만 구름이 거리끼지 않나니 有에서 나와 無로 들어가는 기틀을 깨달으리라.
- <채근담> 自然篇
* 갈대꽃 이불 덮고 오막집에 살아 눈에 누우며 구름에 잠 잘지라도 밤 기운을 족히 막을 수 있도다. 댓잎 술잔 속에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하면 만장(萬丈)의 홍진(紅塵)을 멀리 떠나리라. - <채근담> 自然篇
* 대나무 울타리 밑에 홀연히 개 짖고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 황홀하여 구름 속 세계에 있는 것 같다. 書窓안에 매미 노래하고 까마귀 우짖는 소리를 들으면 바야흐로 고요 속의 乾坤을 안다. - <채근담> 自然篇
* 봄날은 기상(氣象)이 번화(繁華)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심신(心神)을 무르익게 하되 가을날의 흰 구름 가벼운 바람을 어이 당하랴. 난초는 꽃답고 계수는 향기로운데 물과 하늘이 한 빛이라. 天地가 맑고 밝아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뼈 속까지 청정(淸淨)히 하는 가을만 하랴. - <채근담> 自然篇
* 俗人은 봄을 즐기지만 哲人은 가을을 즐긴다.
* 몸은 매이지 않는 배와 같이 흐름에 맡겨두라. 가고 멈추는 것은 바람이 알리로다. 마음은 이미 재된 나무와 같은지라. 칼로 쪼개거나 香 발라 꾸미거나 무슨 상관있으랴.
- <채근담> 自然篇
* 발(簾) 걷고 난간에 기대어라. 푸른 산이 구름을 토하고 맑은 물이 안개 머금음을 보면 乾坤이 본디 자재(自在)함을 알리니. 대숲 우거진 골에 제비 새끼 치고 비둘기 울음 울어 세월을 맞고 보냄이여 物我를 둘 다 잊을 줄 아노니. - <채근담> 自然篇
*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 그림자가 축대 위를 쓸어도 티끌은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못을 뚫어도 물에는 자취가 없다"하고, 옛 선비 말하기를 "흐르는 물은 아무리 빨라도 둘레는 고요하고 꽃은 자주 지지만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 하였다. 사람이 항상 이 뜻을 가지고 사물에 접하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自在하랴. - <채근담> 自然篇
* 숲 사이 솔거문고 소리, 돌 위의 샘물 소리, 고요히 들으면 이 모두 다 天地自然의 풍류(風流)임을 안다. 풀섶의 안개 빛, 물 속의 구름 그림자, 한가로이 보면 乾坤 최상의 文章임을 안다. - <채근담> 自然篇
* 사나운 짐승은 길들이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 어렵고, 깊은 골짝은 채우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
* 고기는 물을 얻어 헤엄치건만 물을 잊는다. 새는 바람을 타고 날건만 바람있음을 모른다. 이를 알면 가히 사물의 거리낌을 초월할 것이요 천연(天然)의 묘기(妙機)를 즐기리라.
- <채근담> 自然篇
* 지극한 은혜는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있고 진실한 즐거움은 괴로움과 기쁨을 분별하지 못하는 가운데 있다.
* 지혜는 진주보다 귀하니 너의 사모하는 모든 것으로 이에 비교할 수 없도다. - 잠언 3:15
* 새로 등극한 임금이 어진 선비를 찾지 않는다면 그 나라를 잃을 것이며, 현인을 발견하고도 빨리 등용하지 않는다면 현인측에서도 그 임금에 대해 열성을 내지 않을 것이다.
무릇 현인 아니고는 긴급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어진 선비 아니고는 함께 국사(國事)를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니, 현인 찾기를 완만히 하고 어진 선비를 외면한 채 나라를 보존할 수 있었던 예는 일찌기 없었다. - <묵자(墨子)>
* 봄은 졸린 시절이다. 고양이는 쥐잡는 것을 잊고, 사람은 갚을 빚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때론 자기 넋이 어디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제정신을 못차린다. 다만 유채꽃을 멀리 바라보았을 때에 잠이 깬다. 종달새 소리를 들었을 때에 넋이 어디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종달새가 우는 것은 입으로 우는 게 아니라, 넋 전체가 우는 것이다. 넋의 활동이 소리로 나타난 것 중 저만큼 기운찬 것은 없다. -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 죽을 때까지 청년의 정신을 지녀라. - 토인비
* 여우는 무너진 축대(築臺)에서 잠을 자고 토끼는 황폐한 전각(殿閣)에 달음질치니. 아! 이는 당년(當年)에 가무(歌舞)하던 터전이로다. 이슬은 황국(黃菊)에 싸늘하고 연기는 마른 풀에 감도나니 이 모두 다 그 옛날 전쟁하던 땅이로다. - <채근담> 自然篇
* 한가히 뜰 앞에 꽃이 피고 짐을 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거니 부질없이 하늘 밖에 구름이 뭉치고 흩어짐을 보노라. 하늘 맑고 달 밝은데 어딘들 날지 못하리오만 부나비는 홀로 촛불에 몸을 던지나니. 맑은 샘, 푸른 줄기 있거니 무엇인들 먹지 못하랴만 올빼미는 썩은 쥐를 즐기나니. 슬프다!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 되지 않는 이 몇 사람이뇨.
- <채근담> 自然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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